2016년 겨울 제37호
소통과 공감

2016학년도 스누 인 월드 ― 베를린(SNU in World ― Berlin) 참가 후기

031스누인월드

김병헌(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학생)
이하영(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학생)
추진경(사범대학 영어교육과 학생)

서울대학교는 계절학기에 다양한 스누 인 월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베이징, 동경, 워싱턴, 모스크바, 파리, 베를린, 마드리드, 런던, 제네바 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 신설된 유럽 프로그램 중 올해에 SNU in Berlin에 참가한 세 학생, 김병헌(이하 김), 이하영(이하 이), 추진경(이하 추)이 모여 베를린에 다녀온 경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 각자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시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원동기)

추: 고등학교 때부터 독일어를 배웠고 대학 와서도 독일어 수업을 들었는데, 계속 공부를 이어나가고 싶었어요. 독일 문화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고요.

김: 저는 대학 다니면서 한 번쯤 외국에서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군대에 다녀오니 졸업을 미루지 않는 이상 교환학생을 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던 와중 우연히 스누 인 월드 프로그램 포스터를 보게 됐는데 제 상황에 딱 맞는 프로그램인 거 같아 바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 저는 전공 수업에서 독일 학자들의 이론을 많이 배우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독일 문화와 독일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지원을 하게 됐죠.

 

  1. 베를린에 가기 전 들었던 현대유럽의 이해 강의는 어땠나요?

이: 자칫하면 늘어질 수 있는 방학 초기를 알차게 보내게 해 줬던 아침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스누 인 월드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나라들의 각 특성과 유럽의 전반적인 경제, 정치, 문화 등에 대해서 폭 넓게 배울 수 있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실제로 유럽에 가기 전에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 맞아요. 매일 아침 아홉 시까지 학교에 간다는 게 힘들긴 했지만 덕분에 베를린으로 떠나기 전 유럽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나 강의를 들을 당시 브렉시트 국민 투표가 진행됐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여러 정치, 경제적 상황들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전반적인 강의 난이도도 저 같은 이공계 학생들을 고려해서 어렵지 않게 진행돼 좋았고요.

 

  1. 현대유럽의 이해와 동시에 진행되었던 사전 독일어 강의는 어땠나요?

추: 독일어 수업도 수준별로 나누어 집중적으로 열흘 정도 매일매일 하다 보니 도움이 되었어요. 독일어 공부를 한동안 안 해서 많이 잊어버렸었는데 사전 강의 덕분에 상기시킬 수 있었어요. 특히 제가 들었던 수업은 듣기와 회화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져서 회화 연습을 하고 독일에 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 저 같은 경우는 독일어를 배운지 너무 오래 돼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났는데 이 강의 덕분에 기본을 다지고 갈 수 있었어요. 덤으로 베를린에 가기 전 친구들과 미리 친해질 수 있었죠(웃음).

 

  1. 그럼 이제 베를린으로 넘어와서 진행한 조별 과제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 볼까요?

추:  4주 동안 조별 과제를 진행했어요. 문화와 역사, 산업과 경제, 과거 청산, 독일과 EU 등 다양한 주제 중 하나를 팀별로 선택한 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통해 탐구했어요.

김: 저희 조는 주제 정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거 같아요. 현지에서 진행할 때 장점을 가지는 주제를 찾아야 했는데 정말 막막했었죠.

이: 저희 조는 주제는 쉽게 정했는데 단과대가 다 달라서 그 주제에 어떻게 접근할 지에 대해 토의를 많이 했어요. 전공이 다르다 보니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고됐지만, 내 단과대에서만 사용하는 방법론, 접근방법을 넘어서 다른 단과대에선 어떻게 탐구를 전개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참 그리고 현지에서 들은 역사 강연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조별과제 따로, 현지 강의 따로였던 게 아니라 활동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서 큰 시너지 효과를 냈어요.

 

  1. 그럼 베를린에서 진행됐던 Fubis 어학코스는 어땠나요?

추: 저는 외국어 교육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사용하신 여러 방법들이 교수법, 지도법을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이런 지도 방법들이 다 이론적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 그리고 독일어를 독일어로만 배우는 것도 신선한 기회였어요.

김: 맞아요. 한국에서는 외국어를 배울 때 당연하게 한국어로 배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독일은 아니었어요. 선생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독일어로 독일어를 가르치시더라고요(웃음). 심지어 저는 초급반이었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배우다 보니 뭔가 묘하게 재미있었어요. 습득하는 속도도 더 빨랐던 것 같고요.

이: 저는 한국에서 문법, 독해 말고 청해나 말하기는 공부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오히려 말하기를 중시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처음으로 독일어 회화를 시도했던 것 같아요. 많이 배웠다 적게 배웠다를 떠나서 독일어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죠. 한국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게 만들어줬어요. 수업시간에 체험학습으로 나들이도 다니면서 언어뿐만 아니라 역사도 배웠어요. 독일어 발표도 해봤는데 다른 곳에선 갖기 힘든 기회였어요. 도전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큰 자극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아 그리고 이 오빠(김)는 폐막제에서 독일어 연극도 했었어요.

김: 아…(웃음) 같이 참여한 친구와 조를 이뤄서 마지막 창의발표 과제로 Midnight in Paris를 패러디 했었어요. 15명 정도 되는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선생님께서 폐막제에서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 외국인 몇 백 명 앞에서 독일어로 발표하려니 부끄럽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는데 이런 경험은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자신감이 생겼어요. 까짓것 한번 해보자 이런 느낌? 결과적으로 정말 좋았어요. 다들 되게 재미있어하고 좋아했었죠. 외국 애들도 개그 코드가 저희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웃음).

 

  1. 현지에서 진행된 강연은 어땠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은?

추: 굉장히 활동적이었어요.

이: 맞아요.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질문들을 했던 거 같아요.

추: 이전에는 강의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질문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현지 강연을 들으면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뿐만 아니라, 강연 내용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특히 웨이트 교수님 수업이 되게 좋았어요. 교수님이랑 오전에는 독일의 역사 청산과 관련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시내로 나갔어요. 시내로 나가서는 나치 정권과 역사청산과 관련된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보고, 박물관을 방문했어요. 교실에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역사가 얼마나 생활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어요. 시내에서 생각 없이 지나쳤던 건물들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었다니, 뭔가 과거와 현재의 연결 지점들 같았어요. 수업을 듣고 나서 베를린 시내를 돌아다니면서도, 저 건물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김: 저는 강연 내용들이 정말 다 알찼다고 생각해요. 독일의 경제, 정치, 역사 등 정말 주제가 다양했는데 모든 교수님들이 수업 내내 저희와 소통하려 노력하시고 질문에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답변해 주셔서 기대했던 것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강연 중에는 베버 교수님의 중소 기업과 히든 챔피언에 관한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아무래도 공대다 보니 다른 인문학적 주제들과 달리 가장 관심이 갔던 주제였고 특히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폭스바겐 문제를 독일인의 관점에서 설명을 들으니 신선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이: 저는 다양한 주제의 강연들을 들으면서, 상이한 사회의 분야들이 서로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단순히 한 측면에 대해서만 알아가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건축과 역사를 함께 볼 수 있게 된다든지. 또 독일에서의 한국학에 대한 강연이 인상 깊었어요. 제가 몸담고 살아온 문화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다른 곳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1. 견학 활동은 어땠나요?

이: 포츠담 선언이 이루어졌던 체칠리엔 호프가 가장 뜻 깊었어요. 다른 곳과는 달리 우리나라와 직접 연관되었기 때문에 느끼는 바가 많았던 거 같아요.

김: 저는 오정근 화백님의 작업실에 간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화백님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베를린에 오게 된 계기, 작업 과정들을 들으면서 제 미래에 대해서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였던 거 같아요.

추: 저는 아들러스호프가 신기했어요. 문과였던 저에게 산학 협력 단지라는 개념이 새로웠어요. 서로 협력하면서 연구하고 무언가를 개발해내는 것이 부럽기도 하면서 신기하더라고요.

이: 전체적으로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잘 자극하고 발현시키는 환경 구축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1. 그 외에 베를린은 어땠나요?

김: 저는 독일 음식점에서 맥주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 맥주 500cc는 마셨던 것 같아요. 물보다 싸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더라고요(웃음).

이: 저는 박물관이 너무 찬란했어요. 스케일이 남달랐고, 종류도 다양했죠. 큰 박물관 몇 개만 있던 게 아니라, 작은 박물관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김: 맞아요. 프로그램에서 3일 동안 베를린의 유명한 박물관들을 무제한으로 들어갈 수 있는 뮤지엄패스를 하나씩 받았거든요. 박물관 좋아하는 친구들은 정말 좋았을 거 같아요.

추: 저는 박물관을 가기보다는 조 사람들끼리 시내 구경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브란덴부르크 문, 국회의사당, 박물관 섬 등 많은 곳들을 구경했어요.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이색적인 길거리를 다니면서 이야기 나눴던 게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거 같네요.

김: 저희가 살았던 기숙사 옆에 슐락흐텐제라는 자연호수가 있었어요. 호수가 무지막지하게 커서 약간 바다 같은 느낌도 났었죠. 거기서 친구들이랑 노 젓는 배를 빌려서 탔는데 유유자적이 뭔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에 좋은 사람과 호수 한 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한 번밖에 못 타본 게 정말 아쉬워요..

추: 맞아요. 호수에서 수영도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죠.

이: 저는 홀로 여행 갔다면 절대 못 봤을 면모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혼자 공부하러 갔다고 해도 못 했을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전공도, 관심사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다같이 가서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얻기 힘든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추: 지금까지는 계속 전공 수업만 듣고 한 단과대학 안에 갇혀있던 것 같아요. 와서 다양한 사람과 지내고 얘기하고 낯선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어요.

 

  1. 마지막으로 내년 지원자에게 해줄 말이나 마지막 소감?

김: 독일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독일어에 대해 어느 정도 많이 알고 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현지에서는 독일어 문법을 많이 배운다기 보다는 말하고 들으며 독일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리고 가면 할 것도 많고 정말 바빠서 프로그램 자체가 조금은 힘들기는 한데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저처럼 프로그램 자체를 즐기다 오시면 좋을 거 같아요. 한 번밖에 없는 기회 공부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알차게 보내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누 인 월드 프로그램 정말 추천합니다!

추: 저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자신감을 가져도 될 거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다 저보다 잘 하는 거 같고 좀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수업을 들어보니 내가 그렇게 못 하는 건 아니구나 느끼고 자신감이 붙어서 더 재미있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죠. 저희 어학코스 선생님께서 실수는 당연하게 하는 것이고,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말을 해 주셨는데 맞는 말 같아요.

이: 맞아요! 실수해도 괜찮으니 당당해져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해요! 그래야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거에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 많이 많이 지원하셔서 좋은 경험, 추억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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